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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학개론] 나 자신에게 마음을 터놓고 말하는 방법

다섯 번째 취미,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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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은 기자
기사입력 2021-06-03

▲ 자신에게 마음을 털어 놓기 위한 글쓰기(사진=노선영 작가)  © 팝콘뉴스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세상에 지쳐서, 사람에 치여서 나를 잃어버릴 때마다 연필을 들자. 그리고는 뭐라도 써 내려가자. 부끄러워서, 혹은 너무 화가 날까 봐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이야기가 글이 되어 흘러나온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솔직해지겠다는 다짐과도 같다. 나 스스로 아껴줄 것이라는 위로와도 같다. 그러니 나 자신과 마음을 터놓기 위해서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뒤늦게 깨닫게 되는 일기 쓰기의 미학


 

초등학생 때 일기를 억지로 써본 이들이 많은데 어린이에게 일기 쓰기를 강제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다.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고, 세상이 낯선 어린이에게는 신기한 일들이 많이도 일어난다. 휘황찬란한 사건이 계속되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기 어려운 시기지만, 많은 것들을 보고 듣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자신을 알아갈 기회가 많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어떻게 이 사건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얼마나 괜찮은 방법인지 알아야만 한다.  

 

결국 일기 쓰기는 글쓰기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나를 알아가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다. 그런데 이제 일기를 썼는지 안 썼는지 검사하는 담임 선생님이 없어지자 우리는 더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모르는 채 나이 먹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쓰기의 첫 시작으로 일기를 써보자. 분량에 제한은 없다. 오늘 하루 일어나는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 일을 기록하는 방법도 있고, 오늘 일어난 일들을 한 줄씩 짧게 작성해도 된다. 나에게 일어난 일을 다시 떠올리고, 이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글쓰기 효과는 뚜렷하다. 

 

혹시 일기 한 줄 쓰기가 어렵다면, 문장으로 완성하지 않은 채 생각나는 단어들을 나열해보자. 이 단어들을 써놓고, 영감을 얻으면 문장이 훨씬 쉽게 완성될 것이다. 더 시간이 지나 긴 글을 써보면, 글쓰기 자체의 매력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감정을 종이 위에 토해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내밀한 이야기까지 적어 내려가자면, 이 입 무거운 친구의 존재에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적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안심되기에 마음은 연필을 따라 금세 안정을 찾는다. 

 

▲ 글쓰기 강의를 진행 중인 모습(사진=노선영 작가)  © 팝콘뉴스

 


문해력이 부족할수록 더 필요한 글쓰기 취미


 

현재 농아인복지관에서 글쓰기를 강의하는 노선영 작가는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해왔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 이러한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쓴 글이 그를 치유했다. 그는 혼자서 열심히 사각사각 적어왔던 일기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글을 통해 자신의 진심과 생각을 주변에 공유할 수 있었다. 

 

자신이 그래왔기에 노선영 작가는 청각장애 어르신들에게 글쓰기를 추천한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내 마음속에 저장'이다. 사진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마음을 기록하고, 이 과정을 마음속에 담는 과정이 어르신들에게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이 기록을 모아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서대문농아인복지관'에서 작은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장애인이나 어르신은 여러 제약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해 문해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글을 잘 읽지 못해 무슨 일이든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청각장애인은 듣고 말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서 보통 글로 소통하는데, 글마저 안 되면 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문해력 교육이 의무적으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선영 작가는 최근 복지관에서 강의를 하던 중 '접종'이라는 단어를 이해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던 경험이 있다. '접'이라는 한자를 수어로 표현하기 위해 손뼉을 치면서 '달라붙는다'는 개념을 설명했고, '접'과 관련된 파생단어인 '접촉' , '접다', '접이식', '접착' 등을 알려주며 이해를 도왔다. 

 

이렇게 문해력을 갖춘 뒤, 글쓰기도 병행했다. 글로써 다양한 단어를 써보고, 그 쓰임새를 확인해야만 단어나 문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어르신들(사진=노선영 작가)  © 팝콘뉴스

 


내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해줄 누군가를 향한 글쓰기


 

다른 누군가와의 소통을 향한 글쓰기도 도전해보자. 소소한 이야기를 쪽지로 건네 보는 것만으로도 일반적인 대화와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진다. 특히 다투고 난 후 쪽지로 내 마음을 전달하면, 서로 화내지 않고도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반대로 고맙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처럼 수줍어서 꺼내기 어려웠던 말을 글로 전해도 좋다. 

 

이렇게 말보다는 글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너무 힘들었던 시기를, 혹은 행복했던 시기를 글로 써서 많은 이들과 나눠 봐도 좋다.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는 글, 혹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는 글이 될지도 모른다. 

 

노선영 작가는 어르신들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글감을 내놓았을 때 글의 힘을 한 번 더 깨달았다. 쓰는 시간 내내 어르신들 역시도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간 듯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계셨고, 이 글을 본 노선영 작가 역시 이렇게 나온 글이 청년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으며, 세대 간 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이 자신의 글인 양 기분이 좋아졌다. 

 

글로 쓰면 일상이 다른 의미로 적힐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해보자. 필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글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글쓰기로 나를, 세상을 조금씩 이해해보자. 비록 초등학생 때처럼 잘 썼다고 칭찬해주는 사람은 없을지 모르나,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의 마음은 쑥쑥 자라날 것이다. 매일 보면 티가 나지 않지만, 어느샌가 크게 자라버린 어린아이의 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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