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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취재] '이야기꾼 할머니'로의 인생 2막... "아이들에게서 되려 배워요"

한 달차 4년차 한 조 '케미' 빛나는 수업... '배우는 일' 통해 '새로운 눈' 열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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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정 기자
기사입력 2021-05-06

▲ 4일 오후 하남초등학교 1학년생들이 모인 돌봄교실에서 경기은빛독서나눔이 김미현(사진 정면 왼쪽)·김효선(사진 정면 오른쪽) 선생님이 독서지도 수업을 하고 있다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하남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10여 명 모인 방과 후 돌봄 교실. 큰 동화책을 품에 안은 두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서는 것을 확인하자, 아이들이 순간 왁자해졌다.

 

"저 선생님 위층에서 봤어요!", "책 읽어주세요, 선생님!" 쏟아지는 요청과 질문 세례를 익숙하게 받아낸 김미현 선생님(58)과 김효선 선생님(69)은 다정한 말씨로 간단하게 아이들과 안부를 나눈 다음, 천천히 책을 펼쳤다.

 

저마다 선생님을 부르던 아이들은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고 칠판 위로 책이 펼쳐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친구와 싸워 "마음이 뾰족뾰족해진" 동화 속 또래 친구 송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친한 친구와 다투고 화해한 다음 마음이 어땠는지 앞다투어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시니어 독서 강사인 '경기은빛독서나눔이'로 교단에 선 두 분 선생님이 한 조로 활동한 지는 한 달이 조금 넘었지만, '쿵' 하면 '짝'하는 호흡이 수업 내리 빛났다.

 

두 선생님과 수업을 마치고 이야기 나눴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배워요"


 

김미현 선생님은 올해 3월 경기은빛나눔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다. 하남시 온라인 모집공고를 보고서다.

 

"2019년에 퇴직을 하면서 이곳(하남시)으로 이사를 왔어요. 지난해에는 지역 프로그램을 통해 스토리텔링 2급 자격증을 땄는데, 하남시청(홈페이지)에 공고가 올라왔더라고요.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나와서 뭐라도 하고 싶었어요. 책을 좋아하는 취미를 살리면서 사회에 봉사도 하고 싶었고요." 김미현 선생님의 말이다.

 

경기은빛독서나눔이는 시니어 독서 지도사 발굴 및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으로, 만 56세 이상에서 만 76세 이하 어르신을 독서 도우미로 교육, 지역아동센터나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교실 등에 파견하는 사업이다.

 

퇴직한 중장년층에게는 일자리를,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는 윗세대와의 만남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경기도 각 지자체마다 각 지역 도서관을 중심으로 제가끔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하남시는 올해 3월 10년 차 나눔이 선생님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지난 3월 하남시 미사도서관을 통해 신규 교육생 모집 및 교육을 실시, 4월부터 미리 신청한 기관에 배치하고 있다.

 

김미현 선생님과 한 조로 움직이는 김효선 선생님은 4년 차 베테랑이다. '할머니가 옛날 얘기 들려주는 취지로' 진행하는 사업에 동화책도 재미있어 보이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들려주겠다는 취지가 좋아 참여하기 시작했던 것이 4년 차가 됐다.

 

각각 사회에 봉사하자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사실 아이들에게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두 선생님은 입을 모았다.


두 선생님은 지난 4월부터 매주 화요일 하남초등학교 1학년, 2학년생 대상 돌봄교실에서 각각 40분씩 수업하고 있다. 목요일에는 하남시 작은도서관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매주 같은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알아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처음보다 많이 가까워졌죠. 아까도 어떤 아이가 가려다가 인사를 하더라"고 전하는 김미현 선생님의 목소리에서는 들뜸이 느껴졌다.

 

아이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의견에도 두 선생님은 입을 모았다.

 

김미현 선생님은 "고정관념, 선입견, 한계, 그런 게 없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질문에 답하는 것을 보면, 나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며 "벽이 있다면 하나씩 부서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뿐 아니라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에서도 '부서지는 기분'이 연속된다는 설명이다.

 

"좋은 책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그 책을 가져와서 수업을 준비하고, 준비를 해서 아이들과 함께 해보는 시간을 보내다보니, 예전에는 업무며 집안일에 치여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조금 살아나고 있어요." 김미현 선생님의 말이다.

 


다시, 배우는 사람


 

하남시 미사도서관은 올해 신규 인력 및 기존 인력에 대한 교육을 2주간 실시했다. 2주간 은빛독서나눔이 선생님들은 이번 분기 수업을 함께 할 책을 고르고, 수업에 활용할 발문(여는 질문)을 논의하고 최근 교육정책에 맞춤한 교수법을 공부한다.

 

전문 독서지도사 선생님과 함께 시연을 통해 발문을 다시 고치는 작업이 반복된다.

 

고된 작업이었지만, 두 선생님에게 배우는 일은 동시에 '즐거운' 과정이었다는 설명이다.

 

김미현 선생님은 "교육을 받을 때 교육부의 정책 방향 등도 배워요. 전에는 책을 읽고 놀이활동으로 이어졌다면, 요즘은 책을 읽고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식이죠. 그래서 질문이 중요해요. 특히 '네', '아니오'로 답할 수 없는 '열린 질문'을 해야 하는데, 이게 어려웠죠"라면서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1~2학년 아이들의 사고에 맞춘 동화를 찾아야 한다는 점,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편이 더 좋다는 점, 다른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는 법 등 수업 중 배운 내용에 대해 짚어 내려가는 선생님의 목소리에서 즐거움이 느껴졌다.

 

▲ 4일 오후 하남초등학교 1학년생들이 모인 돌봄교실에서 경기은빛독서나눔이 김미현(사진 정면 왼쪽)·김효선(사진 정면 오른쪽) 선생님이 독서지도 수업을 진행중이다     ©팝콘뉴스

 

두 선생님에게 공부는 '새로운 취향'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동화를 접하면서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눈'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김효선 선생님은 "동화책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요. 교육을 보니까 동화 보는 안목이 생기는데, 그림에 숨겨진 메시지나 표현법 같은 게 보이니까, 어른들 책은 이제 읽기가 싫더라고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또, "아이들의 마음이 요새 되게 복잡하잖아요. 그래서 마음을 건드리는 책이 많이 나왔거든요. (공부하지 않았다면) 그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라며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재미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김미현 선생님 역시 "동화를 읽으면서, 어떤 책은 너무 공감돼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동화는 그림도 예쁘고, 절제된 문장에 메시지를 담아내잖아요. 읽고 있으면 마음의 치유가 되는 게 있어요"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이 하나 생긴 기분"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수업에서 아이들은 종종 집중이 흩어졌는데, 두 선생님의 "독서교실 친구들" 한 마디면 다시 앞쪽 칠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난 한 달간 똑같이 '동화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만난 아이들과 선생님의 '팀워크'가 빛나는 순간, 좋아하는 것 앞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은 똑같이 '스타트 라인' 앞이었다.

 

"책을 통해 학습하게 하는 건 전문 선생님의 몫이고, 우리는 책이 가진 내용으로 아이들 가슴을 울리게 하는 것"이라는 두 선생님의 말이 장면 위로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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