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홍선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분권제도 연구부장·법학박사·독일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지방자치의 실시는 민주주의의 최고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에 대한 최고의 보장책이다."

옥스퍼드 대학 법대 교수이자 정치인이었던 제임스 브라이스(J. Bryce)의 말이다. 그의 말은 지금도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최고의 명언으로 남아있다.

글로벌 시대에 총성 없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중앙 중심의 획일성에서 벗어난 지방분권의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지방자치가 뿌리를 제대로 내리기 위해서는 이른바 지방자치의 3대 권리라고 불리는 자치조직권,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의사결정에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소통 창구가 거의 존재하질 않았다.

▲ 홍선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분권제도 연구부장·법학박사·독일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팝콘뉴스

독일에는 주지사협의회(Ministerpräsidentenkonferenz)라는 조직이 있다. 이 모임의 목표는 크게 2개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각 주 상호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나머지 하나는 이렇게 조정된 이해관계를 연방에 관철시키는 데에 있다. 독일주지사협의회는 1년에 4번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그리고 그중 2번은 각 주의 입장을 대표하기 위해서 연방수상(Bundeskanzler)과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 무엇보다 독일주지사협의회의 가장 큰 존재의의는 이들의 활동이 입법 활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1999년 1월 지방자치법 182조('22.1.13 개정)에 근거하여 설립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이다.

지난 2021년 1월 12일에 공포된 전부개정 '지방자치법' 제186조에 근거하여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출범했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부의 대표들과 시·도지사 및 지방협의체장 등 지방정부 대표들이 정례적으로 모여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회의이다. 중앙-지방 간에 정기적인 소통창구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는 분명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독일의 경우 우리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주지사협의회가 주도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가교 역할과 소통을 담당하는 데 비해 시도지사협의회는 이러한 기능이 전혀 부여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제12조에 중앙지방협력회의 지원단을 행정안전부에 둔 것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중앙과 지방의 소통업무 대부분을 독일주지사협의회에서 처리하고 있다. 어차피 각 주 정부의 입장을 모으고 조정하는 일이 독일주지사협의회의 업무이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직접 연방정부와 논의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독일 주지사협의회와 비슷한 시도지사협의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창구는 행정안전부에 두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회의의 운영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에 지원단을 두고, 단장은 행정안전부에서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실장급 공무원으로, 부단장은 행정안전부에서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국장급 공무원 중에서 지명하게 되어 있다. 즉 지방의 역할이 배제되어 있다. 철저히 중앙집권적인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지원단을 행정안전부에 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에 두는 것이 지방분권과 중앙 및 지방과의 협력 강화라는 취지에 부합할 것이다.

이처럼 지금까지는 중앙-지방 간에 정기적인 소통이 가능한 하드웨어는 구축되어 있다. 이제 잘 운영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만들어 가야 한다.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이 허심탄회하게 안건을 논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일의 사례처럼 입법으로 이어져야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존재가 더 빛날 것이다. 그러기 위한 첫걸음으로 중앙지방협력회의 지원단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두는 것부터 고민해보아야 한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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