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부정적 인식개선과 전문병원 기피현상 해결 급선무

▲ 국내 정신질환에 대한 이미지 및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국내 조현병 환자 사망률이 OECD 회원국 평균 3배 이상 높지만 정작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의 수는 적고 환자 대부분이 항불안제 등의 처방을 통해 일시적인 치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2019 한눈에 보는 보건(Health at a Glance)’에서 국내 암 관련 진료 수준 및 생존율은 최상위권이지만 정신보건 부분은 하위권을 기록했다.


마음도 몸과 같이 아플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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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사에서중증 정신질환자의 사망률 등 정신보건 핵심지표는 거의 낙제점으로 우리나라 조현병 환자의 사망률은 일반 인구 집단(만 15~74세) 사망률의 4.23배로 OECD 11개국 평균 2.9배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를 보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6년 조사한 자료에도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정신건강을 위한 서비스(정신과 방문 등)의 이용하는 경우는 겨우 22.2%에 그쳐 캐나다 46.5%, 미국 43.1%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가장 먼저 사회적 인식의 차이를 주 원인으로 꼽았다.

정신질환자를 낙오자 혹은 위험 분자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타인의 시선과 편견으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이를 숨기고 정신과 방문을 꺼려 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론에서 자주 보도되는 조현병 환자의 강력 범죄들도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의 부정적 인식 형성에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적지만 극소수가 일으키는 범죄가 자극적인 형태로 노출돼 낙인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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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정신과 방문을 꺼리면서 항불안제인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처방받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특히 65세 인구 비율은 1천 명당 146.3명인 것으로 나타나 OECD 평균인 52명의 3배에 달한다.

해당 약물은 일반 의원에나 내과에서 주로 처방하는 약으로 환자들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잃고 있으면서도 정신과를 가지 않는 국내 현상을 방증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에게 적절한 의료 및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증세가 악화되고 결국 자살로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사망률이 유독 높게 나타나는 이유이다.


시한폭탄이 된‘분노조절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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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 정실질환 치료를 받지 못한 일부 환자들의 경우 스트레스와 화를 참다못해 화병 증상, 심하면 분노조절장애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의하면 최근 5년간 분노조절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3년 4934명에서 2017년 5986명으로 매년 증가 추이를 기록하고 있다.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신경정신과, 정신과 등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20%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로 미뤄봤을 때 화병이나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실제 환자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분노조절장애 환자들이 사회 곳곳에 퍼져 있어 평소라면 쉽게 넘어갈 작은 실수에도 크게 화를 내고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거나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실제 지난 2016년 경찰청이 발표한 ‘2015 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상해나 폭행 등 폭력 범죄 37만 2723건 가운데 분노조절장애형 강력 범죄가 41.3%(14만 8035건)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10건 중 4건이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것으로 언제 어디서 범죄의 타깃이 될지 모른다는 점이 공포감을 유발시키고 있다.

지난 8월에 발생했던 ‘한강 몸통 시신 살인사건’이 대표적인 예로 당시 프로파일러들은 토막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 장대호가 사회성이 많이 떨어지고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이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길거리를 지나는 여성에게 무차별 적으로 칼을 휘두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자신보다 약자인 사람을 타깃으로 분노를 터트리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묻지마 범죄, 분노조절장애 예방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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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장애를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으로 인해 일어나는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자 보건복지부는정신질환자 치료ㆍ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보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발병 초기 환자 집중 관리를 위한 ‘조기중재 지원사업’과 퇴원 후 지속치료를 위한 병원 기반 사례관리, 정신질환자 지속 치료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신질환자에 의한 자ㆍ타해행동 등 신고시 경찰 및 소방서, 정신건강복지센터 중 어느 쪽으로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구축 중이다.

또 내년부터는 정신응급 환자 발생시 초기 집중치료부터 지속치료 지원까지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지원 건강보험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정신질환자가 퇴원 후에도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팀이 일정 기간 방문상담 등을 실시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사례관리,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서비스는 지난달 시범사업 실시기관 공모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3년간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올해 보건 예산 중 정신건강 관련 예산은 1.5%에 불과해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5%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적극적인 정신질환 예방과 대책을 위해서는 보다 높은 수준의 예산 편성이 필요해 보인다.

또 일부에서는 정신질환자의 보호를 가족과 같은 보호자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치매국가책임제와 같이 중증 정신질환을 정부가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고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정이 2016년, 시행이 2017년으로 법 개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복지부 입장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책임 강화가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필요성을 인정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 및 관리도 중요하지만 국내 정신 보건 수준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관련 정책 및 캠페인 실시 등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들이 정신과 방문을 독려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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