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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무비] 혼돈 사회가 낳은 가장 완벽한 피조물 ‘조커’

조커는 어떻게 태어났나? 기원을 파헤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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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슬기 기자
기사입력 2019-10-04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개봉 전부터 논란을 일으킨 화제작 토드 필립스 감독,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 ‘조커’가 지난 2일 국내 상영관에서 개봉됐다.

 

오랜 시간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악역 ‘조커’의 탄생과 기원을 감독의 상상력과 트렌드에 맞춰 각색된 이 영화는 지금까지 봐왔던 정형화된 조커 캐릭터들과 달리 특별한 매력으로 관객을 설득하고, 끝내는 장악한다.

 

초라하고, 때로는 찌질하면서 어찌 보면 안쓰럽기까지 한 새로운 조커에 관객들은 눈과 귀를 뺏긴다.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던 우울한 남자


▲ 거울을 향해 억지웃음을 만들어 보이는 아서 플렉(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광대 분장을 하고 거울을 향해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는 남자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파란색 물감으로 그린 분장 위를 눈물방울이 지나며 길게 자욱을 남긴다.

 

광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짓는 남성의 이름은 아서 플렉, 허름한 아파트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회 가장 낮은 곳에 속하는 빈민계층이다.

 

뇌의 문제로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이 터지는 병을 앓고 있는 아서 플렉은 정부의 지원으로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심리 상담과 약을 받으며 작은 사무실에서 광대로 일하고 있는 코미디언 지망생.

 

어느 날 연이은 악재로 직업을 잃게 된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시비를 걸어오는 청년 셋을 총으로 쏴 죽이게 되면서 우연찮게 사회 혼란의 불씨를 지피고, 악인 조커로 각성하는 계기를 맞는다.

 

아서가 일으킨 살인이 연일 뉴스와 신문 1면에 보도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자 길거리에는 광대 차림을 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광대 차림의 시위대는 극심해져가는 빈부격차에 사회 부유층과 기득권층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떠오르고 유력한 차기 시장 후보가 이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면서 시위대의 몸집은 나날이 세를 불려간다.

 


사연이 필요 없는 악의 축 ‘조커’


▲ TV쇼 출연을 위해 집에서 나선 아서가 즐거운 듯 춤추고 있다(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아서는 자신이 일으킨 혼돈이 고담시에 번져나가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한편 동경하는 TV쇼에 우연찮은 기회로 출연하게 되면서 한 편의 기막힌 드라마를 준비한다.

 

영화에서는 여러 가지 외부적 요인들로 아서에게 시련을 부여하고 그의 폭력과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명료하고 직관적인 메시지는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조커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과 웅장한 음악, 스토리의 기승전결은 잘 만들어진 영화로써 손색이 없지만 조커라는 희대의 악당이 어째서 악당이 됐는가를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최근 트렌드인 ‘사연 있는 악당’이라는 흐름을 타는 것처럼 보이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리분별이 가능한 평범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영화에 대한 지나친 과몰입으로 조커의 사상에 동화돼 자칫 조커를 우상화하고 폭력을 합리화하며 모방 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있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영화에서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조커의 광기가 외부 장치들에 의해 폭발하는 장면을 관객들에게 보이며 고담을 공포에 떨게 하고,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심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굳이 조커라는 인물에 이렇게 구구절절한 서사를 붙여줄 필요가 있었나 싶은 의문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조차 사라지지 않는다.

 

조커라는 캐릭터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미디어의 파급력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감독이 고려했더라면 애초에 조커 영화의 방향성은 이와는 정반대 노선을 걸었어야만 했다.

 


결국 광대가 된 아서 플렉, 조커


▲ 뇌 손상으로 웃음을 참지못해 시도 때도 없이 웃게 된 아서 플렉(사진=네이버영화).     © 팝콘뉴스

 

영화 마지막에서는 그가 저지른 살인죄로 아캄 정신병원에 수감돼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아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초반부에서도 그가 정신 병동에 입원됐다 퇴원했음을 언급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떻게 들어가게 됐고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일부 관객들은 이제까지의 모든 것이 병원에서 조커가 만들어 낸 상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밌는 유머가 생각났지만 이해할 수 없을 거라며 고개를 흔드는 아서, 이후 화면이 전환되면서 상담사가 흘린 피로 붉은 발자국을 만들며 스크린으로부터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붙잡기 위해 달려드는 병동의 직원과 그를 피해 다소 과장된 동작으로 도망치는 조커의 모습이 느리게 재생되는 장면은 마치 우스꽝스러운 한 편의 촌극을 연상시킨다.

 

아동학대, 정신질환, 빈곤, 가난, 미디어, 사회가 만들어낸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로 빚어진 아서 플렉은 조커라는 희대의 범죄자가 되고 나서야 어엿한 한 명의 광대 몫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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