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환상적인 모험

(팝콘뉴스=이강우 기자)한국 독자들이 사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죽음'(전2권)이 전문 번역가 전미연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됐다.

▲ '죽음'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2019년 5월 ©열린책들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가, 드디어 1991년 120여 차례 개작을 거친 '개미'를 출간,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를 빚어내는 신들의 이야기 '신',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난 인류의 모험 '파피용', 웃음의 의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웃음',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집 '나무', 사고를 전복시키는 놀라운 지식의 향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써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23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죽음'은 베르베르 자신과 상당히 닮은 캐릭터인 가브리엘 웰즈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단편소설이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웰즈는 범죄학, 생물학, 심령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작가로, 장르 문학을 하위 문학으로 취급하는 평론가들보다는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인기 작가다.

그러던 어느 날 웰즈는 자신의 방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떠돌이 영혼이 된 그는 영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왜 죽었는지를 파헤치려 한다.

떠돌이 영혼이 된 가브리엘은 저승에서, 영매 뤼시는 이승에서 각자의 수사를 해 나가며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개미나 고양이, 천사와 신 등 독특한 시선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베르베르는 이번에는 떠돌이 영혼의 시점에서 '죽음'을 전개해 나간다.

'죽음'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타나토노트'에서부터 보여 준 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세계관과 비가시 세계와 영성에 대한 독특한 해석, 그리고 트레이드마크인 판타지를 가미해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

'죽음'에서 죽음이라는 소재는 추리소설 형식을 통해 무거움을 벗고 시종일관 경쾌하고 흥미진진하게 다루어 진다.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수사가 펼쳐지는 가운데, 주인공들과 함께 용의자들을 추적하다 보면 독자는 놀라운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

'죽음'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데, 어느 작품보다 화려한 진용을 갖춘 백과사전 역시 이야기의 맥을 끊기보다는 흥미를 더해 주는 역할을 한다.

'죽음' 속 여러 등장인물들은 가브리엘의 작품이 지닌 단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대목에서는 베르베르가 스스로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조적인 유머로 승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의 각별한 재미는 작품의 자전적 요소에서도 나온다.

여러모로 작가 자신을 연상시키는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의 입을 통해 장르 작가로서의 고민, 삶과 문학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듣다 보면 저절로 작가와 독자의 거리가 좁혀지는 느낌이다.

가브리엘 웰즈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가장 강력한 공통점은 바로 글쓰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가브리엘은 '이제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 한다.

다양한 인터뷰에서 '글쓰기가 나를 구원한다'라고 말해 왔던 베르베르는 가브리엘의 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죽음'을 통해 독자들은 늘 그랬듯이 풍부한 과학 지식과 일화, 유머로 베르베르의 매력을 또 한번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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